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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무가 향림당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평소 때의 조용한 분위기와는 달리 안쪽에서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가게에 손님 따위(!)가 찾아올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리사가 먼저 와 있었나 싶었지만, 이 소란스러움은 아무래도 마리사보다는 린노스케가 주역인 것 같았다. 매우 뜻밖에도.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린노스케와 마리사가 어떤 물건을 바라보며 뒤 돌아있는 것이 보였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아, 레이무냐. 아니 코우린이 이상한 걸 주워 와서 구경하는 중.”
이상한 거? 하고 얼굴에 물음표를 써 붙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 물건’에 다가가서 보자, 과연, 이것은 ‘이상한 거’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드디어 사람까지 납치해 온 거야, 린노스케 씨?”
“실례로군.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생물의 생명 같은 것은 거래하지 않아. 뭣보다 이건 인간이 아냐.”
레이무는 다시 ‘그것’에 시선을 돌렸다.
길이는 린노스케 보다 조금 작은 정도. 팔처럼 보이는 가느다랗고 매끈한 무엇과, 다리처럼 보이는 갸날프고도 강인한 무엇,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얇은 이불로 가려져 있고, 인간으로 치자면 가슴부분에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봉우리가 봉긋 솟아 있었다. 몸통 윗부분에는 마치 조각상 같은 생김새의 ‘머리’가 있었고, 그 부분에는 마치 머리카락처럼 분홍색의 윤기있고 하늘하늘한 실의 다발이. 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는 본래 흰색이었을, 하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그슬리고 더러워진 목도리같은 천이 감겨 있었다.
……역시 아무리 봐도 사람이다.
“보기엔 사람으로 보이지만 이건 엄연히 ‘도구’다. 개념상으로 따지면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형과 비슷한가.”
아마 린노스케의 능력을 사용했으리라. 그렇다면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과 똑같은 ‘도구’가 있을까?
“인형? 앨리스네 상하이처럼?”
“자세한 건 몰라. 무엇보다 ‘움직일 터’인데 ‘움직이지 않으니’ 나도 취급이 곤란하군.”
린노스케의 말로는 마력으로 움직이거나 혼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계 종류일까? 린노스케가 가져오는 물건들은 레이무가 보기엔 정말 쓸데없는 것뿐이었지만 마력이나 영력 없이도 움직이는 신기한 물건들이 있었다. 혹시 그런 종류라면 그쪽 지식이 풍부한 녀석을 알고 있었다.
레이무는 린노스케에게 그 녀석의 존재를 고하고, 곧장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갑자기 불러내서 무슨 일이야?”
캇파 소녀 카와시로 니토리. 캇파 요괴 종족은 대체적으로 독자적인 기계문화를 이루어, 환상향 내에서 기술 부분에 한해 최고로 불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소녀라면 이 ‘도구’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불러온 것이다.
니토리를 향림당 안에 들인 다음 ‘물건’을 보여주니, 니토리는 흥미진진한 듯이 그 ‘도구’를 유심하게 관찰했다.
“어때,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내가 고칠 수 없는 기계는 없어! ……라고 하고 싶지만, 역시 이건 좀 무리일 것 같은데.”
“그래?”
“별일이네. 네가 못 고치는 게 다 있고.”
마리사가 니토리를 향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요괴 산 소동 때 마리사와 니토리가 조금 친분이 생긴 모양이다. 그렇다면 마리사가 부르러 가면 어땠을까 하지만, 묘한 곳에서 얼이 빠져있는 마리사다보니 분명 니토리가 이런 부분에서 우수하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겠지.
“응~, 나도 흥미는 있지만 말야. 이래 뵈도 기술자라고 이름을 대고 있는 이상, 웬만한 물건이라면 어떻게 해체하고 어떻게 조립해야 하는지 정도는 물건을 보게 되면 대충은 떠오르거든. 하지만 이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조차 난감한데. 뭣보다 이거, ‘정말로 바깥에서 넘어온 거 맞아?’”
“무슨 의미지?”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린노스케가 입을 열었다.
“아니, 분명 이건 ‘도구’이긴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발달된 도구’야. 나도 바깥세상의 문명발달 수준을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깥세상에서 넘어온 물건들은 종종 접하고 있어. 하지만 이건, 물론 뜯어보지 않아서 어디까지나 감이지만――――마치 몇 백 년, 아니, 몇 천 년 정도는 앞서있는 기술 같아.”
“그런 걸 알 수 있는 건가.”
“정확한 건 아냐. 어디까지나 감. 하지만 겉보기나 감촉 같은 게 ‘진짜 인간’과 거의 다를 바 없는데도 ‘도구’라는 건, 우리 환상향에서도 아직 환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임에 분명해.”
그렇다면 더욱 의문이다. 린노스케의 말로는 이 ‘도구’는 평소대로 무영총에서 주워온 것이라 한다. 그런데도 바깥세상의 물건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아무래도 이 ‘도구’를 수리해서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는, 이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
“혹시 정말 내 감대로 ‘미래’에서 날아온 건 아닐까?”
“미래라니, 평소 실용주의가 어쩌니 어려운 소리만 지껄이던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지껄이다니…….”
“그렇다면 혹시 마계 쪽의 인형이 아닐까? 물론 지금은 마력이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지만 그게 버려진 이유일 수도 있고.”
“아니, 내 능력으로 봤을 때 그런 류는 아니야. 이건 정말로 ‘순수한 인간’이 만들어 낸 ‘도구’다. 그것도 어떤 것을 파괴하기 위한 ‘병기’.”
“병기? 그럼 바깥사람들은 이런 걸 가지고 싸운다는 거야?”
“그것까지는 알 수 없어. 내가 아는 건 어디까지나 도구의 명칭과 용도뿐이니까.”
역시 판단 재료가 너무나 부족했다. 무엇보다 이 ‘도구’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네 명이서 머리를 싸잡고 끙끙거리고 있어봐야 대답이 나올 거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유카리를 부르자.”
“유카리~?”
마리사가 그렇게 제의하자, 레이무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나 싫은 건가, 유카리.
“아니, 싫다기 보단, 뭐랄까 껄끄럽다고 해야 하나, 귀찮다고 해야 하나. 요괴 주제에 수시로 신사에 드나드는 건 도대체 무슨 신경줄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
“애초에 니 신사엔 요괴 말고 드나드는 사람이 있긴 하냐?”
“무슨 소리야! 사람도 온다고!”
“그러고 보니 요괴산의 신사에 사는 무녀가 가끔씩 하쿠레이 신사로 간다고 하던데. 사나에라고 했던가? 과연, 사람이 가긴 하는군. 그래서, 최근에 그 사나에 양 말고 다른 사람이 온 적은?”
린노스케의 날카로운 딴죽에 레이무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뭐 어쨌든 그나마 알 만한 녀석은 유카리밖에 없다구.”
“아~, 그냥 이렇게 놔두면 안 될까? 딱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잖아.”
“무슨 소리야. 이런 ‘도구’는 처음이다. 그냥 놔두기만 해서 어떻게 할 거냐.”
모처럼 린노스케의 학구열이 불타오르는 모양이다.
거기에 린노스케 뿐만이 아니라 니토리도 적지 않은 흥미를 나타내고 있었다.
역시 이런 잡동사니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떻게 할까? 또 저번처럼 결계를 흔들어서 불러낼까? 그 녀석 오지 말라고 할 땐 꼭 오면서 정작 필요하게 되니 어디에 있는 줄 모르겠군.”
“또 그런 짓을 했다간 정말 큰 벌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
향림당에 있던 네 명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차원의 틈새를 벌리고 상반신을 빼꼼 내밀고 있는 유카리가 있었다.
“양반은 못 되는구만.”
“그건 일본에서 쓰는 속담이 아닌데. 것보다 유카리,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나는 저 말이 속담이라는 걸 알고 있는 레이무쪽이 더 놀라운데. 여기에 찾아온 이유는 린노스케 씨가 재미있는 물건을 주워왔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하지만 이건…… 정말로 재미있는 물건을 주워왔네.”
유카리는 입가를 부채를 가리며 정말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런 때의 유카리는, 정말로 몇 살인지 모를 최고참 요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나저나 저 말투는 역시 이 ‘도구’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건가.
“음……, 알고 있다면 알고는 있지만. 린노스케 씨, 이 ‘도구’를 해석해 봤어?”
“그래. 일단 이름과 용도는 알 수 있었지만, 그것과 지금 눈앞에 있는 이거랑 전혀 매치가 되질 않아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참이야. 도대체 이게 어디가 ‘병기’라는 거지.”
“물론 이건 틀림없는 ‘병기’야. 그것도 ‘결전병기’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물건.”
“그럼 역시 이건 바깥세계에서 온 건가?”
“바깥세계인 건 맞지만, ‘지금의 바깥 세계’에서 온 건 아냐.”
“무슨 의미지?”
“비밀.”
여전히 비밀이 많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고, 그것을 숨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기보단, 정말로 지금의 우리들, 아니, 지금의 환상향의 존재들이 알아선 안 되는,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들 그런 분위기를 느낀 탓인지 딱히 추궁하려 들진 않았다.
유카리는 말을 이었다.
“말 할 수 있는 건, 이건 고장난 게 아니야. 그러니까 고치려고 해도 별 수가 없어.”
“고장난게 아니라구?”
니토리가 물었다.
“그래.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단 한 부분이 고장났다고 해도 되겠네. 바로 여기.”
하고 유카리는 그 ‘도구’의, 인간으로 치면 심장 부근을 가리켰다.
“이곳에 이 ‘도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 장치가 있는데, 그게 지금은 움직이지 않아. 그래서 이 ‘도구’도 움직이지 않는 거지.”
“동력?”
“그래. 말하자면, 저 하늘의 커다란 별 중 하나를 통째로 있는 힘껏 찍어 눌러 폭발할 정도로 압축한 다음, 원래대로 되돌아오려는 힘을 이용한 동력이라고 할까.”
“별 하나를 통째로 넣었다니……. 무슨 대마법이라도 되는 건가?”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에 마리사가 흥미를 나타냈다.
“뭐, 지금 우리들에겐 대마법이나 다름없겠지.”
유카리는 재미있다는 듯이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래 살면서도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많이 알고 있는 건 뭐라고 하지 않지만, 이렇게 자신의 말에 이리저리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건 그만둬줬으면 한다고 레이무가 생각했다.
“그래서 린노스케 씨, 이 ‘도구’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되는 물건이야. 이걸 나한테 넘겨주지 않겠어?”
“당신이야 말로 이걸 가져가서 어떻게 하려고?”
“이 ‘도구’를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옮길 거야.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이건 내가 주워온 건데. 아무리 쓸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쉽사리 넘겨주기에는…….”
“흐흥, 이번 겨울에 난로에 쓸 연료는 충분해?”
“……부탁하지.”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유카리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린노스케다 보니 유카리에겐 아무래도 입장이 약했다. 하지만 저 쓸데없을 정도로 뜨거운 난로는 이번 겨울엔 아무 문제없이 돌아갈 것 같다. 자기도 린노스케에게 부탁해서 바깥세계의 난로를 하쿠레이 신사에 들여놓을까하고 생각하는 레이무였다.
유카리는 ‘도구’가 앉아있는 의자채로 공간을 비틀어 틈새에 집어놓곤, 쓸데없이 요염한 표정으로 인사하며 사라졌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가 하고 예전에 레이무가 물어봤더니, 바깥 세상에서 그런 이미지가 심어졌으니까, 라는 알 수 없는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바깥 세상에서 이미지가 심어진다니 무슨 소리일까?
니토리는 결국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돌아갔다. 레이무와 마리사는 결국 평소대로 멋대로 향림당 안을 뒤져 차를 끓여서 마시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마리사가 생각났다는 듯이 린노스케에게 물었다.
“아, 그러고보니 듣는 걸 잊었네.”
“뭘?”
“그 도구의 이름.”
그런 마리사의 물음에, 린노스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버스터 머신 7호, 라고 하더군.”
“그게 뭐야?”
“글쎄다. 아마도 7호라고 이름이 쓰여져 있으니 최소한 그것과 비슷한 ‘도구’가 7대 이상은 있다는 게 되겠지.”
“흐응.”
결국 눈앞에 있지 않은 도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흥미를 잃었는지, 마리사는 다시 창문밖을 바라보며 차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산은 천천히 단풍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논에서는 벼가 천천히 황금색의 물결로 화할 시기이리라.
약간 서늘하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레이무는 올해에 담글 술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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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생물체님 오랫만입니다아..
이제 동방쪽으로 하시는가보죠??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아니 뭐 흥미분야가 잡다하기에;
요즘 바빠서 블로그 관리할 시간이 전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