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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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D2720 1018 'Return'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1043
지구로부터 정보를 수신
정체 불명의 물체와, 나와 동형기라 추측되는 기계 발견
다만 그것들의 추정 연도는 10만년 전이라는 계산
……이해불가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2120
지구로부터 송신되어오던 모든 신호 두절
입수된 정보로 시뮬레이트 결과, 인류 생존 가능성 희박
살아남은 인류는 뮐러 대령, 브라우닝 대위, 한 중위, 취엔 중위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2209
뮐러 대령으로부터 피드백 기능의 리미트 해제 명령 수신
생존을 위해선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사료
자신 역시 그 명령에 동의했으므로 사고와 지식축척에 걸려있던 제한을 모두 해제
4. AD2721 0503 'Desolation'
서기 2721년 5월 3일 지구표준시 1030
지구에 내려온 우리들은 우선 현 상황을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반 년 동안 알 수 있었던 것은 부자연스러운 인류의 소실이다
인류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건물 시설과 기자재 등은 모두 파괴되었다
반면에 지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자연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아직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은 많으리라 추측한다
현 상황에서 추측하면 세계 각지의 군사기지에서 자원을 회수 가능이라고 보임
자원 회수 도중 정체불명의 개체와 조우했다
저장된 자료의 어떤 것도 그 개체를 설명할 수 없었다
한 중위와 브라우닝 대위의 교전 끝에 적을 격파하고 그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알 수 없음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생물인가 하면 규소 단위의 단단한 입방체의 알 수 없는 소재가 분석되었다
어떠한 원리로 움직이는지 불명
어떠한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불명
데이터가 부족하다
5. AD2724 1018 'Insanity'
서기 2724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2012
승무원 중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는 로베르트 뮐러 대령.
함 내의 시스템 등록 상황으로 볼 때, 뮐러 대령은 자실에서 사건 30분 전까지 아무런 이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 방을 나와 취엔 중위와 접촉, 함 내의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뮐러 대령은 갑작스럽게 불안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취엔 중위는 그런 대령에게 대화를 통해 이유를 물으려 하였으나 뮐러 대령의 심신상실로 대화는 결렬, 뮐러 대령은 취엔 대령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카메라의 각도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취엔 중위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하지 못했고, 뮐러 대령은 그런 그녀를 깔고 앉아 의복을 찢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5초 후 취엔 중위의 비명을 듣고 뛰어온 한 중위가 뮐러 대령을 제지.
하지만 무력에 의한 제지가 통하지 않자 그는 총기를 꺼내들어 뮐러 대령을 향해 발포.
한 중위의 말에 의하면, 뮐러 대령이 하려고 했던 것은 ‘강간’이라고 합니다.
‘강간’에 대해서는 저 역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 따위의 수단으로 부녀자와 성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멸망합니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자손을 생산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요.
제가 그 의견을 한 중위에게 이야기 했을 때 한 중위는 매우 분노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렌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기계가 되란 말이냐’ 라면서.
1시간 27분 후 정비장에서 돌아온 브로우닝 대위는 한 중위의 행위를 비난하였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인류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대위의 의견엔 저도 찬성입니다.
하지만 한 중위는 결코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서로 무력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취엔 중위는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식사도 취하지 않아 그녀의 방 앞으로 갔습니다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쇠약사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저는 시스템을 컨트롤하여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그녀에게 영양을 공급하게 한다는 사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한 중위의 말이 사고 프로세스 한 블록에서 계속해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정의사 프로세스에선 강제로 영양을 섭취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결과를 산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오버홀 메인테넌스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6. AD2725 0722 '――――――‘
서기 2725년 7월 22일 지구표준시 0356
하멜 브로우닝 대위가 전사하였습니다.
뮐러 대령이 사망한 후 브로우닝 대위는 혼자 있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의 컨디션을 걱정한 저는 자주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브로우닝 대위는 혼잣말을 하듯이 제게 말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위 환경,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이야기, 그리고 인류가 살아있었다면 하고싶은 일들.
그날 출격하기 전에도 브로우닝 대위는 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브로우닝 대위는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케이. 이 싸움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이상하다고 하신다면?"
"바로 우리들의 연명이다. 적들은 단 하루만에 지구상의 인류를 전멸시킬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봐라. 우리들은 이 정도의 수만으로도 벌써 5년간이나 싸워오고 있다.
……적들이 우리들을 봐주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브로우닝 대위의 말을 듣고, 저 자신도 순간 사고불능 루틴에 빠졌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 당연한 사고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간과는 다른, 당연히 유도해 내었을 저조차도.
"……역시 너도 그걸 의문시하지 않았던 모양이군.
이 싸움, 단순히 인류가 멸망하고 어쩌고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적어도…… '멸망당한 측의 피해자인 우리'가 '그걸 의문시 하지 않을 정도의' 무언가가 있는 건 분명해."
브로우닝 대위는, 그런 말을 남긴채 출격해───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인류는 한 중위와 취엔 중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7. AD2726 0305 'Conclusion'
최근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사이가 가까워 보입니다.
인간의 감정에 이해가 부족한 제가 필사적으로 데이터를 뒤져 찾아낸 결론──그것은 한 중위와 취엔 중위가 '연인'이라는 관계가 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정기 점검 시간이 되어 제가 두 사람에 접근하면 갑자기 당황한 듯이 둘이 떨어져 시선을 돌린다거나, 얼굴이 빨개져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에서 추론하면 제 결론은 신빙성을 띄어갑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그런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사고 회로에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요 전번 오버홀 메인테넌스 때에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던 OS에 버그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본래라면 이 상태를 한 중위나 취엔 중위에게 보고하고, 혹 문제가 있을 경우 디버그를 부탁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 네,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8. AD2727 0119 'Breaking'
우리들이 카슈가르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본거지 침투를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적의 방어밀도는 높기 그지 없었고 우리들은 단순한 밀고당기기를 할 뿐이었습니다. 아니, 사태는 더욱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마치 우리를 '관찰하듯' 단지 우리의 공격에 반응하기만 했을 뿐인 적들이───본격적으로 우리를 향해 능동적으로 공격해 왔기 때문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왜 이제까지 공격하지 않았을까요?
예전 브로우닝 대위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만약 적의 중추가 있다고 한다면
적은 '우리들만을 남긴 채' 인류를 몰살했고
우리들은 어떠한 목적으로 이제까지 '관찰'당했고,
이제 그 '관찰'이 끝났기 때문에───본격적으로 말소를 시작한 것인가, 하고.
아니, 이 추론은 너무나 논리의 비약이 심합니다.
무엇보다 어떠한 데이터도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성급한 결론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적의 방어선 돌파입니다.
한 대위가 제안한 책은 '모함을 이용한 방어선 돌파'. 모함의 타키온 엔진을 폭주,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겠다는 제안입니다.
정황을 살펴보면, 과연, 이제 방법은 그것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지난동안 물자를 확보하면서 돌아다닌 결과, 원자폭탄 등의 질량병기는 모조리 무력화되었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니 한번에 대량의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선 이제 우리가 타고 있는 모함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지요.
"하지만 모함을 폭발시킨 뒤에…… 우리들은 그렇다 치고, 케이 넌 어떻게 할 거지?"
"그래. 전투기에 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근처에 내리기도 그렇고……."
"괜찮습니다. 어차피 모함은 적의 방어선 근처까지 진로를 유지해야하고, 또 그것을 조종할 이는 제가 제격이니까요.
물론 기능정지를 솔선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모함의 관제중추구는 분리가 가능하니, 진로를 고정한 뒤에 탈출하면 무사할 거에요.
……나중에, 구하러 와주셔야 해요."
그렇습니다. 나는 아직 이 둘과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당초 태어났을 때엔 도저히 다다를 수 없었던 사고패턴.
순수한 계산기계로서 이런 사고루틴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 저 자신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지금의 상태가, 상당히 마음에 든 것 같습니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한 중위의 손이, 있을 리 없지만,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쓰다듬어 질 때, 어째서인지 동력로 부근의 활성화가 갑자기 빨라졌습니다.
이런 걸 인간 식으로 비유하자면…… 화끈화끈하다고 해야할까요.
9. AD2727 0121 'Flash'
함수가 적 방어선에 닿고, 폭주한 엔진이 임계점에 다달아 폭발하는 모습을 분리시킨 관제중추구 안에서 바라보며, 나는 한 가지 사고만을 반복합니다.
바라옵건데, 부디 두 사람이 무사하기를.
비록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나는, 비생산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도합니다.
나는 부적 대신 받은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에 움켜쥐고, 눈부신 섬광을 아이 카메라 안에 담았습니다.
적들은 저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는지 모함에서 분리한 저에겐 접근하지 않습니다.
10. AD2727 0124 'Cube'
한 중위와 취엔 중위는 아직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바이탈 사인은 이제 한계를 발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물러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장이라도 이 안전한 곳을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전투능력이 없는 저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보같습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인간의 몸이었다면 눈물을 흘렸을까요.
이런 사고패턴이 생겨날 줄 알았다면 리미터 해제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겁니다. 지금의 저는 너무나도 괴롭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인간은, 항상 이런 느낌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것일까요.
문득 이상신호가 잡힙니다.
서둘러 모니터를 확인하니, 그 두사람이───드디어 적의 중추, 통칭 '큐브'에 도착한 것입니다.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전투기에서 각종 분석치가 쏟아져 들어오pㄴiDa?
가pJafp%^ 사고ㄱ매ㅠaㅐ&ㄴ에 노ㅇi즈Gada 3~!#b
!?ㅗ#&NGㅋㄹDNM
sg15thTㅅGQ……
……
…………───
…───……………
………………───…………
─────────────────────────────────────────────────────────────────────────────────────────────────────────────────────────────────────────────────────────────────────────────────────────────────────────────────────────────────────────────────────────────────────────────────────────────────────────────────────────────────────────────
……Completed DATA DOWNLOADING.
……Optimization……Completed.
……Rebooting…….
1. BC100000 ???? 'Birth'
───제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회복했을 때엔, 이미 취엔 중위의 생존신호가 두절된 후였습니다.
남은 것은, 큐브와, 모든 무기를 소진하고, 쇠약상태에 있는 한 중위 뿐.
이곳은, 기원전 10만년.
계측장치로는 물론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 눈에 비치는 지구가, 카슈가르 지방에 있어야 할 제가 어째서인지 큐브와 한 중위와 마찬가지로 위성궤도 상에 있는지. 지금 큐브가 어떤 상태에 있으며, 어째서 지금이 기원전 10만년전인지. 어째서 우리들이 몇 년동안 적들과 대치할 수 있었는지.
……어째서 저만이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는지.
저 큐브는, 지구 그 자체.
지구는, 자신의 자식과 다름 없는 인류를, 잘라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인간은 지구를 너무나도 더럽혀 왔습니다. 유린해 왔습니다.
또한 같은 지구의 자식인 인간들끼리도 싸워왔습니다. 유린해 왔습니다.
그 사실에 절망한 지구는 결국 인류를 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인류는 저항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나 다름없는 지구가, 지구의 의지가 직접 인류를 버리겠다 선언하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구는 완전히 인류를 버린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는 우리를 관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지구는, 지구의 의사는, 모든 것을 되돌리기로 하였습니다.
태초의 시대로.
큐브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사용하여, 시간을 되돌린 것입니다.
지구는 이제 다시금 인류를 만들고, 다시 인류는 문명을 만들고, 살아가겠지요.
지구가 바라는 형태가 될 때까지, 멸망과 창생을 반복하면서.
그리고 저는 그것만을 위해 살아남은 존재.
───아아, 한 중위가, 큐브와 함께 대기권으로 추락합니다.
저도 떨어지고 있지만, 제어중추부는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지표면에 곧장 추락하더라도 무사하겠지요.
기계의 몸으로 태어나 수 년,
지금처럼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2. BC100000 ???? 'Continuance'
지구에 도달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한 중위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전투기 자체에는 대기권 강화 기구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흔적이라도…… 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대기권에서 모두 불타버렸으리라 추측됩니다.
…………
……지표면에 떨어졌을 때의 충격 때문인지, 시간개념을 제대로 세울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요. 기계인 저는 '감'이라는 것이 없었고,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계산하기엔 저는 이 어둠컴컴한 시설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짬을 낼 수 없습니다. 제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사고루틴은 계속해서 에러를 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자기수복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역할을 해야했기 때문이죠.
제게 맡겨진 역할.
그것은───인류의 재생.
저는 저와 함께 떨어진 제어중추구를 개조해, 필사적으로 어떤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클론 제조 장치.
DNA 데이터를 이용해 그 DNA로 인간을 생성합니다.
DNA의 샘플은 이미 있었습니다.
그것은 부적 대신 받은,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머리카락.
이것을 이용해 그 두사람의 클론을 만듭니다.
이제 그 두 사람은, 신세계의 아담과 이브가 되겠지요.
……─────────
지구의 계획에 그대로 편승하는 건 솔직히 내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지 않으면 다시 이 지구상에 인류가, 아니, 그들이 태어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라는 상태가 아닙니다.
리미터를 해제하고, 이제까지 피드백해온 시간들은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었지만
제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제 자신'.
'제 자신'을, 언젠가 탄생할 '제'가 받을 수 있도록.
장치의 스위치를 넣습니다.
이제 수 십시간이 지나면, 한 중위와 취엔 중위를 닮았지만, 그들은 아닌, 신 인류가 탄생할 것입니다.
갑작스레 야생에 내던져지면 곧바로 죽어버릴테니, 탄생 시 기본적인 생존방법에 대한 지식과 번식에 대한 지식만을 넣어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을 보게 되는 일은 없겠지요.
아무런 연료 공급 없이 수 십년.
무한동력이라도 넣지 않은 이상, 이제 가동할 여력조차 없었고, 무엇보다 저 혼자서 저를 정비할 수 없었기에───제 수명은, 이제 몇 시간, 아니, 몇 초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동력로가 서서히 정지해 갑니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져 갑니다. 아이 카메라로 부터 전해져오는 신호가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죽음이라는 것일까요. 기계인 저로서는,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자신이 정지해 가고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희미해져가는 시야 끝에, 있을 리 없는 한 중위와 취엔 중위가 보이는 건, 기계의 고장때문일까요.
고장이라도 좋습니다.
그들의 미소가, 기능이 정지되어 가는 제게 편안함을 안겨줍니다.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한 제게 지구가 보내주는 선물일지도.
아아.
지금 저는───행복합, 니다……
……
……
……
……
…………
………………3. AD2720 1018 'Return'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1043
지구로부터 정보를 수신
정체 불명의 물체와, 나와 동형기라 추측되는 기계 발견
다만 그것들의 추정 연도는 10만년 전이라는 계산
……이해불가────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1043
지구로부터 정보를 수신
정체 불명의 물체와, 나와 동형기라 추측되는 기계 발견
다만 그것들의 추정 연도는 10만년 전이라는 계산
……이해불가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2120
지구로부터 송신되어오던 모든 신호 두절
입수된 정보로 시뮬레이트 결과, 인류 생존 가능성 희박
살아남은 인류는 뮐러 대령, 브라우닝 대위, 한 중위, 취엔 중위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2209
뮐러 대령으로부터 피드백 기능의 리미트 해제 명령 수신
생존을 위해선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사료
자신 역시 그 명령에 동의했으므로 사고와 지식축척에 걸려있던 제한을 모두 해제
4. AD2721 0503 'Desolation'
서기 2721년 5월 3일 지구표준시 1030
지구에 내려온 우리들은 우선 현 상황을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반 년 동안 알 수 있었던 것은 부자연스러운 인류의 소실이다
인류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건물 시설과 기자재 등은 모두 파괴되었다
반면에 지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자연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아직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은 많으리라 추측한다
현 상황에서 추측하면 세계 각지의 군사기지에서 자원을 회수 가능이라고 보임
자원 회수 도중 정체불명의 개체와 조우했다
저장된 자료의 어떤 것도 그 개체를 설명할 수 없었다
한 중위와 브라우닝 대위의 교전 끝에 적을 격파하고 그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알 수 없음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생물인가 하면 규소 단위의 단단한 입방체의 알 수 없는 소재가 분석되었다
어떠한 원리로 움직이는지 불명
어떠한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불명
데이터가 부족하다
5. AD2724 1018 'Insanity'
서기 2724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2012
승무원 중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는 로베르트 뮐러 대령.
함 내의 시스템 등록 상황으로 볼 때, 뮐러 대령은 자실에서 사건 30분 전까지 아무런 이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 방을 나와 취엔 중위와 접촉, 함 내의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뮐러 대령은 갑작스럽게 불안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취엔 중위는 그런 대령에게 대화를 통해 이유를 물으려 하였으나 뮐러 대령의 심신상실로 대화는 결렬, 뮐러 대령은 취엔 대령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카메라의 각도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취엔 중위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하지 못했고, 뮐러 대령은 그런 그녀를 깔고 앉아 의복을 찢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5초 후 취엔 중위의 비명을 듣고 뛰어온 한 중위가 뮐러 대령을 제지.
하지만 무력에 의한 제지가 통하지 않자 그는 총기를 꺼내들어 뮐러 대령을 향해 발포.
한 중위의 말에 의하면, 뮐러 대령이 하려고 했던 것은 ‘강간’이라고 합니다.
‘강간’에 대해서는 저 역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 따위의 수단으로 부녀자와 성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멸망합니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자손을 생산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요.
제가 그 의견을 한 중위에게 이야기 했을 때 한 중위는 매우 분노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렌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기계가 되란 말이냐’ 라면서.
1시간 27분 후 정비장에서 돌아온 브로우닝 대위는 한 중위의 행위를 비난하였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인류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대위의 의견엔 저도 찬성입니다.
하지만 한 중위는 결코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서로 무력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취엔 중위는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식사도 취하지 않아 그녀의 방 앞으로 갔습니다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쇠약사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저는 시스템을 컨트롤하여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그녀에게 영양을 공급하게 한다는 사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한 중위의 말이 사고 프로세스 한 블록에서 계속해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정의사 프로세스에선 강제로 영양을 섭취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결과를 산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오버홀 메인테넌스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6. AD2725 0722 '――――――‘
서기 2725년 7월 22일 지구표준시 0356
하멜 브로우닝 대위가 전사하였습니다.
뮐러 대령이 사망한 후 브로우닝 대위는 혼자 있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의 컨디션을 걱정한 저는 자주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브로우닝 대위는 혼잣말을 하듯이 제게 말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위 환경,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이야기, 그리고 인류가 살아있었다면 하고싶은 일들.
그날 출격하기 전에도 브로우닝 대위는 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브로우닝 대위는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케이. 이 싸움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이상하다고 하신다면?"
"바로 우리들의 연명이다. 적들은 단 하루만에 지구상의 인류를 전멸시킬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봐라. 우리들은 이 정도의 수만으로도 벌써 5년간이나 싸워오고 있다.
……적들이 우리들을 봐주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브로우닝 대위의 말을 듣고, 저 자신도 순간 사고불능 루틴에 빠졌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 당연한 사고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간과는 다른, 당연히 유도해 내었을 저조차도.
"……역시 너도 그걸 의문시하지 않았던 모양이군.
이 싸움, 단순히 인류가 멸망하고 어쩌고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적어도…… '멸망당한 측의 피해자인 우리'가 '그걸 의문시 하지 않을 정도의' 무언가가 있는 건 분명해."
브로우닝 대위는, 그런 말을 남긴채 출격해───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인류는 한 중위와 취엔 중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7. AD2726 0305 'Conclusion'
최근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사이가 가까워 보입니다.
인간의 감정에 이해가 부족한 제가 필사적으로 데이터를 뒤져 찾아낸 결론──그것은 한 중위와 취엔 중위가 '연인'이라는 관계가 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정기 점검 시간이 되어 제가 두 사람에 접근하면 갑자기 당황한 듯이 둘이 떨어져 시선을 돌린다거나, 얼굴이 빨개져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에서 추론하면 제 결론은 신빙성을 띄어갑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그런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사고 회로에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요 전번 오버홀 메인테넌스 때에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던 OS에 버그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본래라면 이 상태를 한 중위나 취엔 중위에게 보고하고, 혹 문제가 있을 경우 디버그를 부탁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 네,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8. AD2727 0119 'Breaking'
우리들이 카슈가르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본거지 침투를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적의 방어밀도는 높기 그지 없었고 우리들은 단순한 밀고당기기를 할 뿐이었습니다. 아니, 사태는 더욱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마치 우리를 '관찰하듯' 단지 우리의 공격에 반응하기만 했을 뿐인 적들이───본격적으로 우리를 향해 능동적으로 공격해 왔기 때문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왜 이제까지 공격하지 않았을까요?
예전 브로우닝 대위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만약 적의 중추가 있다고 한다면
적은 '우리들만을 남긴 채' 인류를 몰살했고
우리들은 어떠한 목적으로 이제까지 '관찰'당했고,
이제 그 '관찰'이 끝났기 때문에───본격적으로 말소를 시작한 것인가, 하고.
아니, 이 추론은 너무나 논리의 비약이 심합니다.
무엇보다 어떠한 데이터도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성급한 결론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적의 방어선 돌파입니다.
한 대위가 제안한 책은 '모함을 이용한 방어선 돌파'. 모함의 타키온 엔진을 폭주,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겠다는 제안입니다.
정황을 살펴보면, 과연, 이제 방법은 그것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지난동안 물자를 확보하면서 돌아다닌 결과, 원자폭탄 등의 질량병기는 모조리 무력화되었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니 한번에 대량의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선 이제 우리가 타고 있는 모함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지요.
"하지만 모함을 폭발시킨 뒤에…… 우리들은 그렇다 치고, 케이 넌 어떻게 할 거지?"
"그래. 전투기에 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근처에 내리기도 그렇고……."
"괜찮습니다. 어차피 모함은 적의 방어선 근처까지 진로를 유지해야하고, 또 그것을 조종할 이는 제가 제격이니까요.
물론 기능정지를 솔선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모함의 관제중추구는 분리가 가능하니, 진로를 고정한 뒤에 탈출하면 무사할 거에요.
……나중에, 구하러 와주셔야 해요."
그렇습니다. 나는 아직 이 둘과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당초 태어났을 때엔 도저히 다다를 수 없었던 사고패턴.
순수한 계산기계로서 이런 사고루틴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 저 자신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지금의 상태가, 상당히 마음에 든 것 같습니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한 중위의 손이, 있을 리 없지만,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쓰다듬어 질 때, 어째서인지 동력로 부근의 활성화가 갑자기 빨라졌습니다.
이런 걸 인간 식으로 비유하자면…… 화끈화끈하다고 해야할까요.
9. AD2727 0121 'Flash'
함수가 적 방어선에 닿고, 폭주한 엔진이 임계점에 다달아 폭발하는 모습을 분리시킨 관제중추구 안에서 바라보며, 나는 한 가지 사고만을 반복합니다.
바라옵건데, 부디 두 사람이 무사하기를.
비록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나는, 비생산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도합니다.
나는 부적 대신 받은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에 움켜쥐고, 눈부신 섬광을 아이 카메라 안에 담았습니다.
적들은 저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는지 모함에서 분리한 저에겐 접근하지 않습니다.
10. AD2727 0124 'Cube'
한 중위와 취엔 중위는 아직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바이탈 사인은 이제 한계를 발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물러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장이라도 이 안전한 곳을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전투능력이 없는 저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보같습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인간의 몸이었다면 눈물을 흘렸을까요.
이런 사고패턴이 생겨날 줄 알았다면 리미터 해제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겁니다. 지금의 저는 너무나도 괴롭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인간은, 항상 이런 느낌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것일까요.
문득 이상신호가 잡힙니다.
서둘러 모니터를 확인하니, 그 두사람이───드디어 적의 중추, 통칭 '큐브'에 도착한 것입니다.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전투기에서 각종 분석치가 쏟아져 들어오pㄴiDa?
가pJafp%^ 사고ㄱ매ㅠaㅐ&ㄴ에 노ㅇi즈Gada 3~!#b
!?ㅗ#&NGㅋㄹDNM
sg15thTㅅGQ……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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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ted DATA DOWNLOADING.
……Optimization……Completed.
……Rebooting…….
1. BC100000 ???? 'Birth'
───제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회복했을 때엔, 이미 취엔 중위의 생존신호가 두절된 후였습니다.
남은 것은, 큐브와, 모든 무기를 소진하고, 쇠약상태에 있는 한 중위 뿐.
이곳은, 기원전 10만년.
계측장치로는 물론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 눈에 비치는 지구가, 카슈가르 지방에 있어야 할 제가 어째서인지 큐브와 한 중위와 마찬가지로 위성궤도 상에 있는지. 지금 큐브가 어떤 상태에 있으며, 어째서 지금이 기원전 10만년전인지. 어째서 우리들이 몇 년동안 적들과 대치할 수 있었는지.
……어째서 저만이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는지.
저 큐브는, 지구 그 자체.
지구는, 자신의 자식과 다름 없는 인류를, 잘라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인간은 지구를 너무나도 더럽혀 왔습니다. 유린해 왔습니다.
또한 같은 지구의 자식인 인간들끼리도 싸워왔습니다. 유린해 왔습니다.
그 사실에 절망한 지구는 결국 인류를 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인류는 저항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나 다름없는 지구가, 지구의 의지가 직접 인류를 버리겠다 선언하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구는 완전히 인류를 버린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는 우리를 관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지구는, 지구의 의사는, 모든 것을 되돌리기로 하였습니다.
태초의 시대로.
큐브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사용하여, 시간을 되돌린 것입니다.
지구는 이제 다시금 인류를 만들고, 다시 인류는 문명을 만들고, 살아가겠지요.
지구가 바라는 형태가 될 때까지, 멸망과 창생을 반복하면서.
그리고 저는 그것만을 위해 살아남은 존재.
───아아, 한 중위가, 큐브와 함께 대기권으로 추락합니다.
저도 떨어지고 있지만, 제어중추부는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지표면에 곧장 추락하더라도 무사하겠지요.
기계의 몸으로 태어나 수 년,
지금처럼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2. BC100000 ???? 'Continuance'
지구에 도달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한 중위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전투기 자체에는 대기권 강화 기구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흔적이라도…… 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대기권에서 모두 불타버렸으리라 추측됩니다.
…………
……지표면에 떨어졌을 때의 충격 때문인지, 시간개념을 제대로 세울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요. 기계인 저는 '감'이라는 것이 없었고,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계산하기엔 저는 이 어둠컴컴한 시설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짬을 낼 수 없습니다. 제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사고루틴은 계속해서 에러를 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자기수복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역할을 해야했기 때문이죠.
제게 맡겨진 역할.
그것은───인류의 재생.
저는 저와 함께 떨어진 제어중추구를 개조해, 필사적으로 어떤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클론 제조 장치.
DNA 데이터를 이용해 그 DNA로 인간을 생성합니다.
DNA의 샘플은 이미 있었습니다.
그것은 부적 대신 받은, 한 중위와 취엔 중위의 머리카락.
이것을 이용해 그 두사람의 클론을 만듭니다.
이제 그 두 사람은, 신세계의 아담과 이브가 되겠지요.
……─────────
지구의 계획에 그대로 편승하는 건 솔직히 내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지 않으면 다시 이 지구상에 인류가, 아니, 그들이 태어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라는 상태가 아닙니다.
리미터를 해제하고, 이제까지 피드백해온 시간들은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었지만
제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제 자신'.
'제 자신'을, 언젠가 탄생할 '제'가 받을 수 있도록.
장치의 스위치를 넣습니다.
이제 수 십시간이 지나면, 한 중위와 취엔 중위를 닮았지만, 그들은 아닌, 신 인류가 탄생할 것입니다.
갑작스레 야생에 내던져지면 곧바로 죽어버릴테니, 탄생 시 기본적인 생존방법에 대한 지식과 번식에 대한 지식만을 넣어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을 보게 되는 일은 없겠지요.
아무런 연료 공급 없이 수 십년.
무한동력이라도 넣지 않은 이상, 이제 가동할 여력조차 없었고, 무엇보다 저 혼자서 저를 정비할 수 없었기에───제 수명은, 이제 몇 시간, 아니, 몇 초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동력로가 서서히 정지해 갑니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져 갑니다. 아이 카메라로 부터 전해져오는 신호가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죽음이라는 것일까요. 기계인 저로서는,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자신이 정지해 가고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희미해져가는 시야 끝에, 있을 리 없는 한 중위와 취엔 중위가 보이는 건, 기계의 고장때문일까요.
고장이라도 좋습니다.
그들의 미소가, 기능이 정지되어 가는 제게 편안함을 안겨줍니다.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한 제게 지구가 보내주는 선물일지도.
아아.
지금 저는───행복합, 니다……
……
……
……
……
…………
………………3. AD2720 1018 'Return'
서기 2720년 10월 18일 지구표준시 1043
지구로부터 정보를 수신
정체 불명의 물체와, 나와 동형기라 추측되는 기계 발견
다만 그것들의 추정 연도는 10만년 전이라는 계산
……이해불가────
2008/04/16 13:08
2008/04/16 13:08
Tag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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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신 것만 해도 굽신굽신
어익후 오랜만에 와보니 업데이트가;;;
잘 읽었습니다.
세현이 마지막에 케이를 생각했던 이유는 창조주(ㅎㄷㄷ)였기 때문이려나요.
오랜만에 오니 리뉴얼됬군요